부끄러움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그러다보니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좋아했다. 부끄러움은 또한 나를 조신하게 만들었다. 원래의 내가 아닌 근사한 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 나의 행동을 억누르고 조숙하게 처신했다. 부끄러움이 그렇게 나의 성장을 방해했던(?) 시기에 나는 시(詩)라는 도피처를 찾았다. 내 시에는 과거에 관련된 이미지가 많다. 초등학생 시절 옆집 할아버지에게 쫓겨 몸을 숨겼던 느티나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다가 과거로 빨려 들어간 웜 홀, 시간이 거꾸로 흐르면서 옛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던 KTX 등. 나는 과거를 예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