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 이재봉
나는 기억의 퇴적층이다
나였던 것들은 어디에도 없다
엄마 손을 잡고 외갓집에 가던 나도
몰래 살구를 따다 줄행랑을 치던 나도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거리던 나도
찔레꽃덤불에 앉아 펑펑 울던 나도
오직 그것들에 대한 기억만 있을 뿐
지금 어디에도 나였던 것들은 없다
수천 년 동안 바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채석강처럼
*채석강: 전북 변산반도에 있는 층암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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