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 / 이재봉 잠자리 한 쌍이 얼러붙어 물속에 잠든 풀잎을 흔든다 아이들이 킥킥거리며 잠자리를 쫓는다 얼레리꼴레리 잠자리 꼬리 붙었네 아이들은 뜨거운 땡볕을 피해 물속 깊이 잠수한다 제1시집 [사랑풍경]/사랑이 있는풍경 2005.01.23
협궤열차 협궤열차 / 이재봉 잎사귀에 물방울도 풀잎에 맺힌 이슬도 하나가 되어 좁다란 협궤열차를 따라 소래의 아침을 흐른다 덜커덩 봄바람을 비키다 차가 기울면 가슴에 서로 얼굴을 안고 하나가 되어 두 개의 레일 위를 함께 달린다 제1시집 [사랑풍경]/사랑이 있는풍경 2005.01.23
오월의 목련 오월의 목련 철 지난 목련꽃 하나 빈 가지에 피었다가 비바람 불자 꽃잎은 간데없고 그림자 홀로 외따롭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 남았는지 소리 없이 사라진 순백의 영혼들이 하얀 꽃잎이 되어 주위를 떠돈다 제1시집 [사랑풍경]/사랑이 있는풍경 200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