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실은 책과 그림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방이다. 동쪽으로 파란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이 기다랗게 나 있고 북쪽 벽에는 르네 마가레트의 이 걸려 있다. 책상 위엔 칼 융의 과 스티븐 호킹의 그리고 줄리앙 슈나벨의 신표현주의 그림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다. 밤만 되면 나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수많은 별을 담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138억 년 우주가 처음 탄생할 때 나온 태초의 빛은 어떤 색깔일까. 단 몇 초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현대 도시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곳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이다. 그 곳은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내가 체험한 내용 가운데 잊어버린 것들, 현실세계의 도덕관이나 가치관 때문에 현실에 어울리지 못하고 억압된 것들, 그리고 고의로 눌러 버린 감정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