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시인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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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시집 [시간여행]/시인의 말 1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림일기책을 사주셨다. 난 그때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림일기를 썼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들을 손바닥만 한 일기책에 그림으로 기록을 했다. 언젠가 야외에서 미술수업을 할 때였다. 하늘에 파랑색을 칠하려고 크레파스 통을 다 뒤졌는데도 파랑색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빨강색을 하늘에 칠했다. 며칠 후 내가 그린 『여름』이라는 그 그림이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은 파란하늘을 빨갛게 칠한 것을 보고 미술 실력이 대단하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사실은 파랑색이 없어서 빨간색을 칠한 것인데. 우리는 수많은 느낌 속에서 살고 있다. 가을하늘을 보면 적막하다는 느낌, 빈 들판을 보면 공허하다는 느낌, 바람 냄새를 ..

제2시집 [시간여행]/시인의 말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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