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선생에게”라는 작품이 눈에 뜨인다. 이 작품에서 특히 괄목할
만 한 점은 불균형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불균형이란 일
종의 역설이다. 시를 역설의 표현이라고 한 무리는 1930년대의 모더니스
트 시인 등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라는 것은 역설적인 구조를 가지
고 있다. 위대한 역설의 구조를 가진 이 시인의 시작(詩作) 태도에서 더욱
훌륭한 점을 감지할 수 있다.
- 문덕수 시인
이재봉 시인의 시는 비교적 짧지만 사유(思惟)의 깊이는 결코 만만치가 않
다. 말하자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행간(行間)이라고나 할까. 그는 사물을
대할 때 일어나는 시적 정서를 직정적(直情的)으로 읊지 않고 한 단계 넘어
사물의 본질에까지 깊이 들어가 봄으로써,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의 철학적
사유를 단조의 가락으로 읊는다.
- 김규화 시인
이재봉 시인은 무거운 주제를 고답적인 시형식이나 구조 속에 담아내기 보
다는 일상생활 속의 평이한 시어로 시적 상황과 감정을 차분히 묘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의 의미 해석이나 주제 전달이 어렵지 않게 분명하고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시의 언어미학적인 효과도 충분히 담보되고 있
다. 이런 데에는 무엇보다도 그의 시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
는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 김승환 충북대 국어과교수
이재봉 시인은 개인의 인생을 관조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적 문제 역시
무엇을 어떻게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안타까운 현실로 드러
날 수도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 시인은 누구나 아무런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그는 공동체적 사회성 등을 발견한다. 누우
는 떼를 이루어 공동체적 사회생활을 한다. 그런 누우떼가 강으로 뛰어들
고 절벽으로 떼를 지어 뛰어내리는 것을 보며 그 원인이 무엇일까 관조한다.
-양수창 시인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부끄러움을 내려놓기 마련인데 시인은 그 부끄러
움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 시절에 시인이 보여줬던 침
묵도 사실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순수했던 시절의 뜨거운 가슴을 지키고 사는 시인 선배가 자랑스럽다. 보통
사람들이 시를 더 많이 읽고, 생활인으로 살면서도 시인처럼 시 쓰기를 멈추
지 않는다면 이 세상이 훨씬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김종화 MBC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