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 이재봉 배못 고개를 넘어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외할아버지는 대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셨다 외갓집 마당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고 외할아버지는 손수 빚은 술을 마을 사람들에게 후히 대접하셨다 나는 그때마다 항아리 속에서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술 냄새와 왁자지껄 떠들며 술잔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훈훈한 냄새가 좋았다 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때까지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옆집 형이 나를 때렸다며 재잘거리면 외할아버지는 내가 가서 혼내주겠다며 두 손으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외할아버지는 언제나 내 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면 외할아버지는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와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