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쓴 시

처연과 농염 사이

jaybelee 2024. 8. 11. 08:11

 

 

 

 

 

 

 

 

 

 

 

 

 

 

처연과 농염 사이 / 이재봉

 

불이문을 지나

대웅전을 향해 걸어가는데

선방 아래 개울가에서

젊은 여승 하나가 물 위에 떠 있는

부용화를 바라보며 외로이 앉아있다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나이든 여승이 골목 어귀에서 나타나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지나간다

연분홍 꽃잎을 드러낸 채

물속에 몸을 숨긴 부용화,

진한 분홍빛 향기를 내뿜으며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연분홍과 진분홍은 한통속이다

한 몸에서 나온 색을

다른 그릇에 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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