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봉 시인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의미와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상적인 상황과 과거의 추억을 잘 조화시키는 데 능숙하다. 일상적인 경험과 과거의 경험을 시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중요한 문학적 의의 중 하나이다. 이재봉 시인의 시는 간결하고 명료한 서술이 특징이다. 그는 자연스럽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데 뛰어나다.
그러나 다소 직설적인 표현과 과잉된 감정 표현이 때때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의 감정에 공감을 일으킨다. 이는 독자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독자들은 이재봉 시인의 작품을 즐겨 읽고 그의 시를 소중히 여기며, 그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거나 위로를 얻는다.
이재봉 시인은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시인이었던 국어 선생님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대학(한국외국어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던 중, 1991년 『東江詩』 11호에 <금남로 아리랑> 외 3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첫 시집 『사랑이 있는 풍경』을 출간한 이래 『시간 여행』, 『난쟁이 별』, 『지구의 아침』, 『익명의 시선』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고, 산문집 『꽃이 아름다운 것은』 등을 출간했다. 한맥문학 신인상(2005), 김명배문학상(2019)을 수상하였다. 한국문인협회, 한맥문학가협회 회원이며 현재 회전그네시인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만년필
내 양복저고리 안주머니에는
손때가 오른 만년필이 꽂혀있다
아버지가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사주신 만년필
무딘 펜촉을 꾹꾹 누르며 글을 쓰면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뒷동산에 올라 ‘메기의 추억’을 부르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십 년 동안 왼쪽 가슴에 꽂혀
심장을 뛰게 했던 검정 만년필
이제는 닳아 없어질 물건이 아니라
내 삶의 반려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녹슨 촉을 삭삭거리며
아직 끝내지 못한 글을 쓰고 있다
아름다운 시다. 시 전체가 일관되고 통일된 테마를 가지고 있다. 만년필을 통한 아버지와의 연결, 그리고 시인 자신의 삶과의 연관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또한 구체적인 사물과 장면들을 통해 독자에게 생생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감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완성도와 문학성 측면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목련
청명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
앞 산자락에 하얀 목련이
꽃구름처럼 피어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문득 산을 바라보니
목련꽃은 간데없고 그 자리에
하얀 뭉게구름만 떠 있습니다
생이 얼마나 허무했으면
시든 꽃잎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저렇게 흰 구름이 되어
하늘과 땅 사이에 둥둥 떠 있을까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무상함을 주제로 살펴보는 시다. 시인은 생의 허망함을 생각하며, 시든 꽃잎이 떨어지는 대신 흰 구름이 되어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상상을 한다. 이 시는 시적인 언어로 자연과 삶의 순환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삶과 죽음의 미묘한 경계를 탐구하고 있다.
감꽃
바람이 살랑하여 마당에 나갔더니
감나무에 별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개굴개굴개굴
앞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감꽃은 떨어지고
별만 반짝인다
이 시는 자연의 풍경과 인간의 내면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라는 묘사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의미심장하게 묘사하며, 논에서 우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반응하여 감꽃이 떨어지고, 달아오르는 별들만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풍경화하고 있다. 이 시는 뛰어난 시각과 감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미학적으로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씀바귀
어머니 혼자 사시는 빌라 뒤뜰엔
씀바귀가 아무렇게나 널려있다
봄나물로 가득한 뒤뜰은
어머니가 가꾸시는 삶의 텃밭이다
어쩌다 어머니를 찾아뵙는 날이면
함박꽃처럼 환히 웃으시면서
쓴맛도 오래 씹으면 냉이처럼 달다 하시며
뒤뜰에서 딴 여린 씀바귀 순을
조물조물 무쳐 내놓으신다
어린 시절, 그저 쓰기만 했던 씀바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의 나물 속에 숨겨진 그 단맛을
"씀바귀"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깊은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삶과 화자가 인생을 통해 배운 교훈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머니가 겪은 인생의 고난과 그 속에서 피어난 지혜를 씀바귀에 비유한 점이 인상적이다. 시의 주제가 명확하게 일관성을 유지하며, 씀바귀라는 상징을 통해 어머니의 삶과 인생의 쓴맛을 연결하는 구조가 탄탄하다. 특히 어휘와 표현이 정확하고 생동감 있게 사용되어 구조적 완성도와 문학적 깊이를 더해준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는 지기 때문이다
사랑이 소중한 것은
언젠가는 헤어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내 안에 꽃으로 피어나
어느 날 아침 사라진 것처럼
가장 좋고 눈부신 한때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것이 짧든 길든
이 시는 꽃을 통해 인간 삶의 임시성과 변화를 묘사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한다. 시인의 언어는 단순 명료하지만, 그 속에 깊이 있는 사상들을 담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사랑과 아름다움, 헤어짐과 잃음이라는 인간적 주제를 시를 통해 예술적으로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호박꽃
이른 아침
아파트 뒷산을 오르는데
길가 풀숲에서 어머니 냄새가 난다
가만히 덤불 속을 헤치자
노란 호박꽃이 단내를 풍기며
벌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언제 곱게 화장했던 적이 있었을까
평생 단내를 달고 사신 어머니
자식들에게 젖을 물리느라
시름시름 잎이 지고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저 호박꽃
시인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의 풍경과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호박꽃의 향기와 어머니의 냄새를 통한 감각적 표현은 작품성을 부각시킨다. 시의 구조와 흐름은 자연스럽고 일관되며, 이는 독자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기여한다. 각 구절은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작품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측면들은 "호박꽃"을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혼잣말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시던 어머니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아들만 다섯 두신 어머니
주말이면 자식들이 찾아오지만
입을 봉하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볼 뿐
집안 곳곳엔 혼잣말만 가득하다
말을 하고 싶었다
어머니, 사랑한다고
저녁이 오기 전, 그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이는 사이 오십 년이 지나고
못다 한 말은 입안에 남아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혓바늘로 돋아난다
어머니는 혼잣말을 좋아하신 게 아니라
누군가와 진실을 나누고 싶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마주 앉아
'혼잣말'은 부모와 자식 간에 발생하는 소통의 부재와 그로 인한 아쉬움을 섬세하게 담아낸 시다. 텔레비전은 단절된 소통의 매개체로, 혼잣말은 고독한 내면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오십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은 말하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시인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언어의 선택이 매우 정제되고 함축적이다. 특히 '혼잣말'과 '혓바늘' 같은 표현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감정의 깊이를 더해준다. '혼잣말'은 언어의 정제와 감정의 깊이, 보편적 주제와 철학적 성찰을 통해 높은 완성도와 문학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
정신병동 301호실,
김씨가 침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타월을 쌓고 있다
김씨는 세상 모든 것을 쌓는다
벗어던진 환자복도 쌓고
마시고 난 우유팩도 쌓고
간호사가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소독내도 쌓고
옆 환자가 중얼거리는 흘러간 노래도 쌓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쌓는다
6인실 병실에서 모든 것을 쌓으며 늙어가는 김씨
남은 것이라곤 오직 뇌를 다치던 날 오후까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던 기억뿐
김씨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건네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벽돌을 쌓는다
이 시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자들이 현대시의 난해성이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수반되는 어떤 두려움이나 불편함에 대한 선입관을 불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주제를 고답적인 시형식이나 구조 속에 담아내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의 평이한 시어와 산문적 문체로 막힘없이 시적 상황과 감정을 차분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가 서정시이면서도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나기
하교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뛰어가는데
뒤에서 이웃집 누나가 뛰어왔다
모자를 벗어 그녀에게 씌워 주고
빗길을 같이 뛰었다
발보다 먼저 가슴이 뛰었다
먹구름이 몰려가고
퍼붓던 빗줄기가 잠잠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갔다
나는 멍하니 길가에 앉아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시 전체에 걸쳐 화자의 순수한 감정과 설렘이 느껴진다. 소나기를 함께 맞으며 느낀 감정과, 그 후의 여운이 잘 표현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가 "멍하니 길가에 앉아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있었다"는 구절은 독자에게 그 순간의 설렘과 그리움을 강하게 전달한다. 주제의식과 감정 전달, 그리고 표현의 신선함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시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감성을 잘 포착한 점이 돋보인다.
외갓집
외갓집에는 언제나 단내가 납니다
달은 두우둥실 항아리 속에서 떠오르고
마당귀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술잔을 기울입니다
어서 마셔라 사내가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
외삼촌이 따라주는 술잔 속에
달달한 봄밤이
소오쩍 깊어갑니다
시 "외갓집"은 독자에게 따뜻하고 향기로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에게 외갓집은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는 곳이기 때문에 이 제목은 감정적인 연결을 즉시 만든다. “외갓집”은 그 주제와 감각적 묘사, 시적 장치의 사용, 그리고 정서적 깊이에서 높은 작품성과 문학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시는 개인의 추억을 넘어 보편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풍부한 상징과 의미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채석강
나는 기억의 퇴적층이다
나였던 것들은 어디에도 없다
엄마 손을 잡고 외갓집에 가던 나도
몰래 살구를 따다 줄행랑을 치던 나도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거리던 나도
찔레꽃 덤불에 앉아 펑펑 울던 나도
오직 그것들에 대한 기억만 있을 뿐
지금 어디에도 나였던 것들은 없다
수천 년 동안 바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채석강처럼
*채석강: 전북 변산반도에 있는 층암절벽
채석강의 층암절벽을 기억의 퇴적층에 비유한 점은 매우 독창적이다. 자연 현상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 짓는 발상은 시의 깊이를 더하며, 독자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구체적인 기억들을 나열하며 이를 큰 비유로 묶는 방식은 시의 구조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이 시는 기억과 존재의 관계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성찰한 작품으로, 주제의식과 감정 전달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시다.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과거와 현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며,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단풍
아버지 무덤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어머니
이제 그만 가시자고 하자
이놈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다며
멀쩡한 잔디만 뜯어내신다
정말 그러네요 어머니 얼굴을 보니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드신다
이 시는 상실과 슬픔을 강렬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짧고 간결한 형식 속에 깊은 감정과 의미를 담아내며, 직설적이고 시각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주제의식과 감정 전달, 그리고 표현의 독창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시다. 어머니의 슬픔을 단풍의 붉은색에 비유한 방식은 시의 감정적 깊이와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준다.
부부
두 줄로 늘어선 철길
한쪽 눈으로 바라본다
두 줄이 어깨동무하고 가다가
하나가 되어 눕는다
토라져 돌아앉은 그대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본다
비로소 감은 눈 속으로 들어와
웃는 얼굴로 하나가 된다
철길을 부부 관계의 비유로 사용한 점은 매우 독창적이다. 두 줄로 나란히 가다가 하나로 합쳐지는 철길의 이미지는 부부 사이의 긴밀함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본다는 표현을 통해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효과를 더한 점도 독창적이다. 이 시는 간결한 형식과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부부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주는 시다. 주제의식과 표현의 독창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다.
상사화에게
슬퍼하지 마라
네 곁에 없다고 없는 게 아니다
네가 피기도 전에 떨어진 잎새들이
산그늘에 숨어서 너를 보고 있다
새가 되어 이골 저골 날기도 하고
나비가 되어 춤을 추기도 한다
가끔은 너를 보며 눈물도 흘린다
네 곁에 없다고 슬퍼하지 마라
네가 진실로 그리워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상사화를 대상으로 한 대화 형식은 매우 독창적이다. 상사화의 전설적인 의미를 현대적인 감정과 결합시켜,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한 비유적 표현은 시의 독창성을 높이며, 상사화의 전설을 모르는 독자에게도 그리움과 사랑의 보편적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주제의식과 감정 전달, 그리고 표현의 독창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시다. 상사화를 통해 전해지는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의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서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로
빨간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간다
그 옆으로 검정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간다
도로 한가운데로 주황색 우비를 입은 퀵서비스가
빗방울을 튕기며 지나간다
비가 온다 비가 오는 데도 아무도 젖는 사람이 없다
나만 혼자 쓸쓸히 창가에 서서 비에 젖는다
비를 맞지 않았는데도
내가 너를 사랑해서 비에 젖는다
비 오는 날의 일상적인 풍경을 통해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점이 독창적이다. 색채를 이용한 구체적인 묘사와 비에 젖지 않았음에도 내면적으로 젖는다는 비유는 독창적이며 시적인 깊이를 더한다. 자유로운 서술 구조와 시각적인 언어를 통해 비 오는 날의 생동감과 화자의 내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주제의식과 감정 전달, 그리고 표현의 독창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시다. 비 오는 날의 풍경과 사랑의 슬픔을 독특하게 결합한 점이 인상적이다.
어머니의 의자
어머니가 남기고 간
낡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고 있는데
어머니가 날 부르신다
“애야, 눈 꼭 감거라
눈에 비눗물 들어가면 눈이 맵다“ 하시며
이마에 흐르는 비눗물을 옷소매로 닦아주신다
어머니, 어머니,
목 놓아 불러도 대답 없는
사무치게 그리운 밤
매운 눈 사이로 눈물만
뚝 뚝 떨어진다
어머니의 의자라는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 보편적인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많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다. "어머니의 의자"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을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시적 장치와 심상을 통해 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작품성과 문학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로, 독자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인상을 남긴다.
선운사 단풍
늦가을 오후
도솔천을 한 바퀴 돌아
극락교를 건너가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꽃 진 자리에
꽃들이 붉게 피어있다
갈바람이 살랑 지나가자
꽃잎은 이리저리 나붓거리다가
잔잔한 물결을 그리며
한가로이 떠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붉은 꽃잎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꽃 진 자리에
우수수 떨어진다
매우 아름답다. 미적으로 풍부한 표현과 이미지로 가득 차 있으며, 감정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꽃잎이 갈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물 위를 떠나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지며, 꽃잎과 단풍잎이 하늘을 메우고 떨어진다는 표현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정적인 풍경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시다.
겨울밤
어머니?
오늘밤에 눈이 많이 내린답니다
별일 없으시죠?
그래 난 괜찮다 아프지 마라
딸까닥
가슴에 묻어 둔 그리움이 왈칵
목젖까지 올라오는데
전화는 끊어지고
마당귀엔 참았던 그리움이
하얗게 쌓입니다
이 시는 감정을 표현하는 면에서는 매우 강렬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이재봉 시인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담아내어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가족 간의 소통 부재와 그로 인한 고독함을 잘 그려내어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과 생각을 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