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슬픔이 슬픔을

우리 동네 원장님

jaybelee 2023. 10. 11. 10:11

 

 

우리 동네 원장님 / 이재봉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주 오던 환자 셋이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원장님은 천사 같아

하얗게 웃는 모습이 꼭 천사 같아

나는 못 들은 채 지나치며

복사꽃이 만발한 창가를 바라보았다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이 없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그 밑에 절로 길이 생긴다는

사마천의 말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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