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슬픔이 슬픔을

불쌍하다는 말

jaybelee 2023. 12. 1. 12:01

 

 

 

불쌍하다는 말 / 이재봉

 

그동안 나는

불쌍하다는 말만큼

오만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쌍하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가끔 어머니에게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입맛이 없다며 국물만 몇 숟갈 뜨다 말아도

어쩌다 다리를 살짝만 다박거려도

어머니를 안쓰러워하고 가여워하는

그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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