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슬픔이 슬픔을

매미

jaybelee 2023. 9. 1. 09:01

 

 

 

매미 / 이재봉

 

매미가 방충망에 달라붙어

목이 터져라 울고 있다

낮에도 그렇게 울어 대더니

한밤중에도 또 울어 댄다

 

그녀의 집 앞에서

세 시간 넘게 기다리다

허공을 부여잡고 마구 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땅속에서 삼 년을 기다리다

제 몸을 찢고 나와

애타게 짝을 부르는 매미

 

울부짖는 소리가

잠을 삼키고 밤을 삼키더니

마침내 나까지 삼켜버린다

'제5시집 [익명의 시선] > 슬픔이 슬픔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의자  (1) 2023.11.11
우리 동네 원장님  (2) 2023.10.11
찔레꽃  (1) 2023.06.07
나팔꽃  (1) 2022.09.21
우화  (1) 202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