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소나기

쑥개떡

jaybelee 2020. 8. 1. 08:01

   

쑥개떡 / 이재봉

 

치매 걸린 아비가 구부정히 누워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퇴원할 수 있다며 자식들이 계속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배가 고프다며 엉뚱한 밥 타령만 한다

 

아비는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처럼 맥연히 일어나

연거푸 물을 마시고는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서성거린다

배고픈가 싶어 낮에 할머니가 가져온 쑥개떡을 꺼내놓자

말라 퍼석해진 등을 일으켜 세우고 어머니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인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개떡 냄새가

흩어졌던 기억의 파편을 불러냈는지 눈시울에

파릇한 이슬이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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