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 이재봉
외할머니의 커다란 가마솥은
물수제비를 뜨며 놀던 마을 앞 호수입니다
납작한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뜨듯
하얀 밀반죽을
끓는 물에 뚝뚝 떼어 넣으면
담방담방 뛰어가다가 가마솥 깊숙이 잠수합니다
하얀 밀반죽이
외할머니 손끝에서 튕겨 나갈 때마다
내 마음의 호수에 곡선을 그으며
징검징검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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