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 이재봉
오후 네 시 꼬레지오에 있는 그라찌아에게 팩스
를 보내고 찾아온 김사장과 잡담을 나누다 석간
신문을 읽었다 평온했다 여섯 시 어머니 전화를
받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아버지가 누
워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던 아버지가 산소
마스크를 쓰고 하얗게 누워있었다
귓속에 대고 소리쳐도 대답이 없었다 깊은 잠에
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꿈속에서 아버지의 아버
지를 만나도록 깨우지 않고 돌아서서 울음을 터뜨
렸다 산자와 죽은자 사이는 눈 깜작할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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