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 [사랑풍경]/모노크롬화상

스냅

jaybelee 2005. 1. 11. 11:01

 

 

스냅 / 이재봉

 

오후 네 시 꼬레지오에 있는 그라찌아에게 팩스

를 보내고 찾아온 김사장과 잡담을 나누다 석간

신문을 읽었다 평온했다 여섯 시 어머니 전화를

받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아버지가 누

워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던 아버지가 산소

마스크를 쓰고 하얗게 누워있었다

 

귓속에 대고 소리쳐도 대답이 없었다 깊은 잠에

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꿈속에서 아버지의 아버

를 만나도록 깨우지 않고 돌아서서 울음을 터뜨

다 산자와 죽은자 사이는 눈 깜작할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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