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포노사피엔스

파티션

jaybelee 2024. 4. 21. 04:21

 

 

파티션 / 이재봉

 

3센티 사이에 그와 내가 있다

그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나는 마우스를 클릭한다

 

그는 구름이 엉겨있는 하늘을 보니

비가 내릴 것 같다며 비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나는 C:드라이브를 분할하고 있다고 답한다

 

주르르 창문으로 빗물이 흘러내리자

그는 이모티콘 속에서 울고 있고

나는 무슨 일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이터를 다른 파티션으로 백업한다

 

그는 파토스로 묻고

나는 로고스로 답한다

 

3센티 사이는 아득하다

그는 동쪽에서 묻고

나는 서쪽에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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