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포노사피엔스

테세우스의 배

jaybelee 2024. 3. 21. 03:21

 

 

테세우스의 배 / 이재봉

 

일을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룩 한 점 없던 이마에

가뭇가뭇 검버섯이 피어있었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예전의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십 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

같은 사람일까

 

과거의 기억만이

나를 현재의 나로 이어 줄뿐

나를 이룬 것들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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