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익명의 시선

군중

jaybelee 2023. 4. 7. 04:07

 

 

군중 / 이재봉

 

호산나! 호산나여!

그를 나귀 등에 태우고

종려나뭇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던 군중들이

빌라도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자

죽여! 죽여! 소리를 지른다

남이 하니까 따라 하는 군중들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한 마리가 강으로 뛰어들자

뒤따라 뛰어드는 들소 떼 같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뭇잎처럼

그를 죽이라고 소리치던 군중들이

그가 죽은 자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

갈릴리 호수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호산나! 호산나! 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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