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 이재봉
호산나! 호산나여!
그를 나귀 등에 태우고
종려나뭇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던 군중들이
빌라도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자
죽여! 죽여! 소리를 지른다
남이 하니까 따라 하는 군중들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한 마리가 강으로 뛰어들자
뒤따라 뛰어드는 들소 떼 같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뭇잎처럼
그를 죽이라고 소리치던 군중들이
그가 죽은 자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
갈릴리 호수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호산나! 호산나! 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