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 이재봉
남산골 국악마당 앞을 지나가다 봤다
부자 됐다는 소문 듣고 찾아온 놀부에게
면박을 주는 흥부를
아무리 박 속에서 저절로 나왔지만
형님 주자고 돈 궤짝 헐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놀부도 박을 탔다
첫 번째 박을 타자 갓 쓴 노인이 나타나 삼천 냥을
달라고 했다 두 번째 역시 꽹과리를 든 농부가 쌀 한
섬을 달라기에 주었다 마지막 박을 타자 상두꾼이
나타났다 만 양을 탈탈 털어주었다
욕심만 낼 줄 알았지
형님은 어리석고 순진하기만 한 사람이라며
동생에게 면박당하는 놀부를
국악마당 앞을 지나가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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