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소나기

한로

jaybelee 2022. 10. 11. 10:11

 

 

한로 / 이재봉

 

이른 아침 찬이슬을 밟으며

텅 빈 들판을 걸어가고 있는데

인기척에 놀랐는지

논바닥에 앉아있던 새들이

우르르 떼를 지어 날아오른다

그러자 하늘 높이 떠 있던 매가

매서운 속도로 하강하며

무리에서 이탈한 새 한 마리를 낚아챈다

날개를 파닥이며 동료를 불러보지만

저만치 몸통 없는 깃털만

시퍼런 하늘에 원을 그리며

논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떨어진 깃털을

논바닥에 묻어주었다

 

'제4시집 [지구의 아침] > 소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장산 단풍  (1) 2022.11.21
입동  (1) 2022.11.07
소나기  (0) 2022.07.07
오이  (1) 2022.07.01
  (1)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