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소나기
오이 / 이재봉
올해 처음 딴 오이라며
갓 귀농한 처녀가
옆집 할머니에게 맛을 보라며 건네자
할머니는 껍질도 안 벗긴 채 한 입 베어 물고는
“속이 꽉 찬 게
시집갈 때가 다 됐네!“ 라고 하신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고맙다며 활짝 웃는 처녀 뒤로
팔뚝만 한 오이가
툭,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