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소나기

오이

jaybelee 2022. 7. 1. 07:01

 

오이 / 이재봉

 

올해 처음 딴 오이라며

갓 귀농한 처녀가

옆집 할머니에게 맛을 보라며 건네자

할머니는 껍질도 안 벗긴 채 한 입 베어 물고는

 

“속이 꽉 찬 게

시집갈 때가 다 됐네!“ 라고 하신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고맙다며 활짝 웃는 처녀 뒤로

팔뚝만 한 오이가

툭,

떨어진다

'제4시집 [지구의 아침] > 소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로  (1) 2022.10.11
소나기  (0) 2022.07.07
  (1) 2021.11.01
뒷모습  (1) 2021.09.21
수선화  (1)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