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익명의 시선

일그러진 우상

jaybelee 2020. 12. 1. 12:01

 

일그러진 우상 / 이재봉

 

한때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내가 미학에 심취해 있을 때 그의 시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었고

내가 사회 정의를 입으로만 떠들어댔을 때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그도 사람이라는 걸

외로울 땐 술 한 잔 마시며

욕망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이제 그는 갔다

내게 절망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그는 떠났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좌절하고 실망한 마음은

또 다른 우상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걸

 

우상을 간절히 원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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