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 석탑 / 이재봉
벼락 맞아 기운 탑을 수리하다가
오래된 흑백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웬 낯선 여자가 서동과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선화공주는 분명 아니었다
가짜 뉴스까지 퍼트리며
서동이 꾀어내고 어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결혼까지 한 선화
마를 캐며 가난하게 살던 서동
왕이 되더니 선화를 버리고 사비성의 부잣집
딸과 또다시 결혼을 했단 말인가
마땅히 벼락을 맞아야지
조강지처를 버린 죄 아내를 능멸한 죄
탑이 그냥 벼락 맞을 리 없어
그것도 두 번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