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 이재봉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 나를 구하지 않으십니까
십자가에 축 늘어져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가
큰소리로 울부짖는다
갑자기 땅이 어두워지며 골고다 언덕 너머로
나사렛 청년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오후 세시 내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긴다며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부르짖고
아버지에게 죄지은 자들을 대신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거둔다
서른셋에 죽은 목수의 아들
당신은 아직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교회 첨탑에 매달린 채
우리를 대신하여 죽고 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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