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지독한 사랑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jaybelee 2017. 12. 3. 00:03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 이재봉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 나를 구하지 않으십니까

십자가에 축 늘어져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가

큰소리로 울부짖는다

갑자기 땅이 어두워지며 골고다 언덕 너머로

나사렛 청년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오후 세시 내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긴다며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부르짖고

아버지에게 죄지은 자들을 대신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거둔다

서른셋에 죽은 목수의 아들

당신은 아직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교회 첨탑에 매달린 채

우리를 대신하여 죽고 또 죽는다

 

'제4시집 [지구의 아침] > 지독한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 한 포기도  (1) 2021.04.01
오늘도 나는 시를 쓴다  (1) 2021.01.11
성탄절 오후  (0) 2020.12.25
칠석  (1) 2020.09.01
탯줄  (1) 2019.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