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오후 / 이재봉
눈 내리는 성탄절 오후
명동길을 걸어가는데
은행 앞 공터에 노숙자가 엎드려있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동전을 던졌더니
뗑그렁거리며 언덕 위 첨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늘이 당신 생일인데도
2000번째 생일인데도
아직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종을 치고 있다
우리들 서로 사랑하라고
서로 용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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