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 이재봉
정신병동 301호실
김씨가 침대 위에 쪼그리고 앉아 타월을 쌓고 있다 김씨는
세상 모든 것을 쌓는다 벗어던진 환자복도 쌓고, 마시고 난
우유팩도 쌓고, 간호사가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소독내도
쌓고, 옆 환자가 중얼거리는 흘러간 노래도 쌓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쌓는다
5인실 공간에서 모든 것을 쌓으며 늙어가는 김씨 남은 것이
라곤 오직 뇌를 다치던 날 오후까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던 기억 뿐
김씨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건네자
울컥거리며 다시 벽돌을 쌓는다
'제3시집 [난쟁이별] > 외로움은본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우스 (1) | 2012.01.01 |
---|---|
외줄타기 (1) | 2011.06.01 |
반추 (0) | 2011.05.01 |
순이 (0) | 2010.11.01 |
그대에게 가고 싶다 (1) | 2010.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