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 이재봉
카페에서 만난
입술에 흉터가 있는 여자
아카시아 나무에서 떨어져
입술이 찢어졌던 그 순이가 아닐까
봄이 오면 아카시아 꽃으로 허기를 채우던 순이
우리집에서 동생을 업어주며 끼니를 해결하던 순이
그 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봉제공장에 다닌다는 소문도 들렸고
남대문시장에서 장사한다는 말도 들렸고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순이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여자가 아닐까
카페에서 만난
입술에 흉터가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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