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난쟁이별]/사랑은어떻게

십자가

jaybelee 2010. 12. 1. 12:07

 

 

 

십자가 / 이재봉

 

문이 열리고

사제가 십자가를 들고 나타나자

길 잃지 않은 아흔 일곱은

더 많은 복을 받기 위하여

손가락 열 개를 뾰족이 세우고

십자가 가까이 모여든다

 

길 잃은 셋은

십자가가 보이지 않는 맨 뒤에 앉아

이 곤궁한 하루를 벗어나게 해달라며

황공한 듯 두 손을 모은다

 

미사가 끝나고

사제가 옆문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길 잃은 셋은 끝내

십자가를 보지 못하고

첨탑 위의 빈 하늘만 쳐다본다

 

십자가는 너무 멀리 있다

십자가는 너무 높이 있다

길 잃은 셋이 찾아 가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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