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시간여행]/여름여행

시간여행

jaybelee 2005. 6. 30. 23:20

              

 

 

시간여행 /이재봉

 

골짜기 은수원나무숲 사이로

살구나무가 보였다

 

나무 위에 올라가 몰래 살구를 따고 있는데 옆

집 할아버지가 긴 작대기를 들고 쫓아왔다 황급

히 하늘로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몸을 숨겼다

골짜기 위로 눈이 없는 새떼들이 우르르 은사시

나무숲을 흔들며 시간을 거슬러 날아갔다

 

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다 두 시에 호텔 커피숍

에서 만나기로 한 로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

도 새떼들의 뒤를 따라 시간을 거슬러 날아갔다

시간의 반대편에는 하얀 호텔이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제2시집 [시간여행] > 여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005.07.24
포장마차  (1) 2005.07.17
르노아르의 裸婦를 보면  (0) 2005.07.09
컴퓨터하다 졸기  (0) 2005.06.24
오해  (0) 200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