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이재봉
골짜기 은수원나무숲 사이로
살구나무가 보였다
나무 위에 올라가 몰래 살구를 따고 있는데 옆
집 할아버지가 긴 작대기를 들고 쫓아왔다 황급
히 하늘로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몸을 숨겼다
골짜기 위로 눈이 없는 새떼들이 우르르 은사시
나무숲을 흔들며 시간을 거슬러 날아갔다
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다 두 시에 호텔 커피숍
에서 만나기로 한 로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
도 새떼들의 뒤를 따라 시간을 거슬러 날아갔다
시간의 반대편에는 하얀 호텔이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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