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시간여행]/봄여행

그날

jaybelee 2005. 6. 6. 23:07
 

                                       

그날 / 이재봉

 

키 큰 은사시나무 사이로

바람이 공작 날개를 펴며 지나가고

오월의 햇살은  가장귀에서 푸르게 돋아났다

오후 세 시, 어머니 전화를 받고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아버지가 누워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희미하게 누워있었다

뚜우 소리를 내며 심전도가 멎자

눈꼬리에 매달려 있던 눈동자가 뚝 떨어졌다

순간 모든 전원이 꺼지면서

땅이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졌다

한 참을 울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울다가 그만 산이 되어

산처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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