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 / 이재봉
홍대 앞 뒷골목
해가 지자 여자는 하얗게 분장을 하고
빨간 하트모형 간판이 삐죽이 걸려 있는
클럽으로 들어간다
한 남자가 나타나자 여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정욕과
울긋불긋 피어오르는 탐심을 하얀 가면 속에 숨기고
지극히 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이키 조명이 빙빙
도는 플로어에서 광란의 춤을 춘다
파티는 끝나고
그믐달이 희밋이 동쪽 하늘로 사라지자
여자는 다시 하얗게 분장을 하고
질척한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반쯤 남은 인조속눈썹을
눈꼬리에 매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