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 이재봉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
종로에서 혼자 지하철을 탔다
파란 줄무늬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앞줄에 오종종 앉아 있다
신발 끈이 풀어진 학생의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흐트러져있고
뒤꿈치를 구부려 신고 있는 학생은 비스듬히 앉아 졸고 있다
지하철이 철교를 지나며 흔들거리자
신발 하나가 해진 앞꿈치 사이로 하얗게 웃고 있다
순간 신발 속에 감춰졌던 내 모습이
희끗희끗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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