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데칼코마니

자동응답시스템

jaybelee 2023. 11. 29. 11:29

 

 

자동응답시스템 / 이재봉

 

병원진료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누른 다음 시스템을

쫓아가다 입력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다시 걸었으나 통화량이 많아 연결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머쓱히 앉아

있는데 부엌에서 퉁퉁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아내가 냉장고  문이

안 열린다며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러자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렸다

 

아내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문득

자동응답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시스템이 안 되면 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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