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응답시스템 / 이재봉
병원진료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누른 다음 시스템을
쫓아가다 입력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다시 걸었으나 통화량이 많아 연결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머쓱히 앉아
있는데 부엌에서 퉁퉁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아내가 냉장고 문이
안 열린다며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러자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렸다
아내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문득
자동응답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시스템이 안 되면 두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