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이재봉
새우잠을 자고 있는데
범고래 한 마리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꿈을 꼭 잡고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향고래가 육중한 머리
를 흔들며 나타났다 슬며시 향고래 몸속으로 들어가자 날개가
부서진 두 마리의 펭귄이 앉아 있었고 그 위로 누런 가오리가
날아다녔고 혹등고래가 흰 거품을 물고 튀어나왔다 혹등고래
를 따라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좁고 어두운 터널에서
대왕고래를 만났다
나는 몸의 크기를 바꾸고 대왕고래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디선가 짧고 날카로운 고주파 음이 들렸다
“꿈을 꼭 잡고 있어라!”
나는 대왕고래를 움켜잡고 다시 새우잠을 잤다
꿈속에는 향고래가 있었고 혹등고래가 있었고
두 마리의 펭귄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