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 이재봉
아내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내 얼굴에 밥풀이 묻었다며
슬그머니 밥풀을 떼어낸다
나는 내 얼굴인데도 스스로 볼 수 없는데
아내의 얼굴은 속속들이 다 보인다
두 볼에 부얼부얼 일어난 솜털도
까만 풀씨가 날아와 콧등에 박힌 것도
머릿속에 가려진 티끌까지도 다 보이는데
정작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내 얼굴인데도 상대가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나는 내 안에 있지 않고
상대의 눈 속에 있다
밥풀 / 이재봉
아내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내 얼굴에 밥풀이 묻었다며
슬그머니 밥풀을 떼어낸다
나는 내 얼굴인데도 스스로 볼 수 없는데
아내의 얼굴은 속속들이 다 보인다
두 볼에 부얼부얼 일어난 솜털도
까만 풀씨가 날아와 콧등에 박힌 것도
머릿속에 가려진 티끌까지도 다 보이는데
정작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내 얼굴인데도 상대가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나는 내 안에 있지 않고
상대의 눈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