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랜선 여행

여행 떠나던 날

jaybelee 2022. 12. 1. 12:01

 

 

여행 떠나던 날 / 이재봉

 

아침부터 짐을 꾸렸다

기내에서 읽을 시집 몇 권과

새로 나온 소설책을 가방에 넣고 있는데

아내가 그곳은 추운 곳이라며

두꺼운 외투와 스웨터 두 벌을 간동간동 쌌다

그러면서 입맛이 없을 때

잘 챙겨 먹으라며 볶은고추장과 컵라면을

자잘한 짐 사이로 쑤셔 넣었다

정오가 될 때까지 짐 꾸리기는 계속되었다

결국 가방의 지퍼가 터져

그 안에 있던 짐이 다 쏟아지고 나서야

짐 꾸리기는 멈춰 섰다

나는 가방을 버린 채 빈 몸으로 집을 나섰다

몇 개의 기억만 가슴에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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