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오는 눈 / 이재봉
가지 끝에 거뭇거뭇
까막새 날아와 울고 가더니
도시에 눈이 내린다
잿빛 눈은 내리자마자
시커먼 시멘트 바닥에 부딪혀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손 시린 줄 모르고
친구들과 고샅길을 싸다니며
눈을 뒤집어쓰고 놀던
하얀 눈은 어디로 갔을까
닿을 듯 말 듯
눈송이에게 다가가는 순간
차가운 시멘트벽이 나타나
추억을 가로막고
어쩌다 손등에 떨어진
눈송이 하나
저렇게 눈물을 흘리며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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