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소나기

도시에 오는 눈

jaybelee 2022. 12. 11. 12:11

 

 

도시에 오는 눈 / 이재봉

 

가지 끝에 거뭇거뭇

까막새 날아와 울고 가더니

도시에 눈이 내린다

 

잿빛 눈은 내리자마자

시커먼 시멘트 바닥에 부딪혀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손 시린 줄 모르고

친구들과 고샅길을 싸다니며

눈을 뒤집어쓰고 놀던

하얀 눈은 어디로 갔을까

 

닿을 듯 말 듯

눈송이에게 다가가는 순간

차가운 시멘트벽이 나타나

추억을 가로막고

 

어쩌다 손등에 떨어진

눈송이 하나

저렇게 눈물을 흘리며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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