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족식 / 이재봉
서로 발을 씻어주는 행사에서
아내의 발을 처음으로 씻어주었다
발등을 타고 씻어 내려가다가
발바닥을 슬그머니 간질였다
살갗만 닿아도 까무러치던 아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여있었다
이 발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을까
가기 싫은 곳도 많았을 테고
험한 데도 많았을 텐데,
울퉁불퉁 옹이처럼 불거져 나온
아내의 거친 발을 씻으며
참고 있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