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지독한 사랑

세족식

jaybelee 2022. 4. 17. 04:17

 

세족식 / 이재봉

 

서로 발을 씻어주는 행사에서

아내의 발을 처음으로 씻어주었다

발등을 타고 씻어 내려가다가

발바닥을 슬그머니 간질였다

살갗만 닿아도 까무러치던 아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여있었다

이 발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을까

가기 싫은 곳도 많았을 테고

험한 데도 많았을 텐데,

울퉁불퉁 옹이처럼 불거져 나온

아내의 거친 발을 씻으며

참고 있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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