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 이재봉
기별도 없이 찾아온 산수유가
양지바른 언덕 위에 서서
툭 튀어나온 눈알을 뒤룩거린다
뒤따라 온 매화가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자 실바람을 몰고
달려온 개나리가 시샘을 한다 혼자서 외롭게 걸어온 하얀
목련이 개나리 옆에 함초롬히 서 있고 건들거리며 도착한
진달래가 얼굴에 연분홍 미소를 띠며 앉아있다
벚꽃이 구름처럼 밀려오자
마침내 연둣빛 산자락이 희부옇게 출렁거린다
봄이 온다 노랑분홍 꽃을 들고
먼 데서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