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데칼코마니

칼로 물 베기

jaybelee 2020. 2. 20. 20:20

 

 

칼로 물 베기 / 이재봉

 

칼로 물을 벤다

날 선 칼을 미련 없이 내려치자마자

금세 다시 붙는다

베어도 베어도 베어 지지 않는 물

사람의 몸이 물로 이뤄졌듯이

사랑도 물로 이루어졌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도 물을 벨 수 없다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어도

물에 젖어 갈라설 수 없다

부부싸움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물은 절대로

칼로 벨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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