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이재봉
호스피스병동 임종실에 그녀가 누워 있습니다
복수가 차 배가 볼록 나온 그녀가 두꺼비처럼 누워 있습니다
그녀 옆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가운데에 수박도 하나 놓여 있고요
젊은 시절 남편이 살림을 거덜 내고 바람까지 피우자
견디다 못해 세 아이와 함께 친정으로 도망간 그녀
이십년 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그녀의 남편이
세 살짜리 아기 엄마가 된 그녀의 딸과 수박을 썰고 있습니다
거친 그녀의 숨소리가 들릴 때마다 울컥해지는 여름 밤
세 살배기 손녀가 수박 한 조각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자
야윈 그녀의 눈가에 환한 미소가 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