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동창회 / 이재봉
종각역을 나와
옛 종로서적 쪽으로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야, 재봉아!
운동회 때마다 백미터 달리기에서
늘 꼴찌를 하던 근수다
우리는 뒷골목 낯선 장소에 모여
삼만 원씩 회비를 내고
서로 악수를 나누며 이것저것 묻는다
연봉은 얼마나 되니?
아파트는 몇 평이야?
애들은 어느 대학에 다녀?
그래, 나랑 똑같구나
그제야 친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연락처를 알았으니 자주 만나자며
술잔을 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