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홀 / 이재봉
차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물에 빠지듯 그 불빛 속으로 빨려 들
어갔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백 미터 달리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있는 힘
을 다해 뛰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일어나고 싶었으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누워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이 닫혔다 다시
열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좁고 어두운 터널을 빠
져나오자 차창 밖으로 들판이 보였다
인적 없는 들판을 계속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