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나간 방 / 이재봉
배터리가 나간 방은 고요하다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조차 조용하다
배터리가 달린 기구란 기구는 모두 서있고
온전한 것이 있다면
이것들을 볼 수 있는 내 눈 뿐이다
시계가 3시 15분에서 멈춰 있다
3시 15분이 어제 오후인지
내일 새벽인지 분간할 수 없다
어제와 내일은 언어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시간은 영원히 흐르는 강물과 같다
배터리가 나가고 시간이 멈추자
나는 다시 무한의 시간 속에 누워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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