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시간여행]/가을여행

질주

jaybelee 2005. 10. 9. 23:37

            

 

                             

질주 / 이재봉

 

자유로를 달렸다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았다

텅 빈 도로 위를 자동차만 혼자서 빠르게 달려갈 뿐

나도, 언덕 너머 마을도,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 숲도

속도 속에 파묻혀 정지해 있다

모든 사물들이 속도에 붙들려 꼼짝도 않고 서 있다

속도를 정지시키려 했으나 이미 속도는 나와 내 차를 떠나

저 혼자의 힘으로 무섭게 내달리고 있다

나는 그만 자유로에 갇히고 말았다

무한으로 내달리는

속도의 한 가운데서 꼼짝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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