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노을 / 이재봉
파리 리용역에서
스위스 로잔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내게 일상의 언어를 묶어 놓고
붉게 물든 부르고뉴의 평원을 달렸다
디종역을 통과할 즈음
노을 한 쪽이 내려와 눈 속에서 타고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그녀의 눈 속을 바라보다
끝내 나는 그 불 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기차가 로잔으로 가는 동안
그녀의 눈 속에서 타고 있는 저녁 해를
꼭꼭 매어 두고 싶었다
매어 둔 저녁 해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