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시간여행]/여름여행

호박꽃

jaybelee 2005. 9. 30. 23:57

                                   

 

호박꽃 / 이재봉

 

이른 아침

아파트 뒷산을 오르는데

길가 풀숲에서 어머니 냄새가 난다

가만히 덤불 속을 헤치자

노란 호박꽃이 단내를 풍기며

벌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언제 곱게 화장했던 적이 있었을까

평생 단내를 달고 사신 어머니

자식들에게 젖을 물리느라

시름시름 잎이 지고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저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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