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 / 이재봉
오랑캐가 쳐들어온다
선전포고도 없이 앞 산골짜기를 침공하기 시작한다 대장
인 왕오랑캐가 돌격 명령을 내리며 노란 신호탄을 발사 하
자 뒤따르던 서울오랑캐 남산오랑캐 태백오랑캐 장백오랑
캐 갑산오랑캐 간도오랑캐 광릉오랑캐 금강오랑캐 졸방오
랑캐 투구오랑캐 각시오랑캐 노랑오랑캐 자주색오랑캐 얼
룩오랑캐 흰오랑캐 삼색오랑캐 민둥오랑캐 고깔오랑캐 단
풍오랑캐 둥근털오랑캐 잔털오랑캐 졸병들이 일제히 함성
을 지르며 형형색색의 수류탄을 던진다
오랑캐꽃들의 난장질에 산골짜기는 신음 소리 한 번 못 내
고 점령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