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이재봉
녹사평역 분향소
하얀 제의를 입은 사제가
희생자 추모미사를 올리고 있는데
태극기를 둘러맨 사람들이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며
성난 황소처럼 몰려온다
울음과 막말로 갈라진 광장
촛불과 플래카드가 뒤섞인 광장
희고 붉은 촛불들이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며 갈라진 광장을 물들이자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몰려온다
법대로! 법대로!를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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