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지구의 아침]/지독한 사랑

나무꾼

jaybelee 2022. 11. 29. 11:29

 

 

나무꾼 / 이재봉

 

산행 길에서 만난 노인

나무를 동으로 지고

지게꼭지를 끄떡거리며 내려간다

그 많은 나무를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힘들게 지고 가느냐고 묻자

“내가 죽으면 아내가 추운 방에서

덜덜 떨까 봐 미리 땔감을 준비하는 거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내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자

젖은 단풍잎 하나

소리 없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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